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달콤한 선택, 대추야자의 놀라운 영양



대추야자

수나무, 암나무가 따로 있는 자웅이주로 재배에 적합한 조건은 연 강수량 120~250mm인 모래땅이고 꽃이 피어 성숙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하며 온도가 높고 겨울철에도 평균 기온이 0℃ 되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그야말로 사막에 특화된 나무라고 하겠다.


오아시스 하면 생각나는 그 야자나무들도 모두 대추야자나무. 따라서 중동 배경 창작물에서 오아시스의 야자수에 열린 열매가 대추야자가 아니라 코코넛이면 이는 고증오류다. 코코넛은 대추야자와는 반대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 특성에 걸맞게 생산지도 대부분 중동 지역이다. 2016년 기준으로 최대 생산지는 이집트이며 이란,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파키스탄, 수단, 오만, 튀니지가 그 뒤를 잇는다.

열매는 그야말로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다 보니 오래 전부터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먹거리가 부족한 사막 주민들의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려나무'도 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종려나무가 아니라 이 대추야자 나무를 말한다. 설탕이 이 지역에 소개되기 전에는 대추야자의 즙을 설탕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는 늙은 나무가 만들어내는 수액은 짜내어 음용하거나 야자술을 빚는 데 쓰이기에 사막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이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골 주에서는 대추야자 수액을 끓여 설탕을 제조하기도 한다.
6천 년에 걸친 품종개량으로 오늘날에는 수백여 종이 존재한다. 그 중 유명한 종류는 가장 달콤한 열매를 생산하는 '싸이디' 종과 수단의 '아비드 라힘' 종과 '바라카위' 종, 이집트의 '할라위' 종, 이스라엘의 '메드줄' 종, 예언자 무함마드가 즐겨먹었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즈와' 종, 지중해 일대에서 재배되는 터키의 '닷차' 종,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선정된 '칼라사' 종 등등이 있다.

보통 대추야자는 아주 바짝 익기 전에 수확해 저장하고 먹는데 겉보기에는 대추와 비슷하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대추 맛이나 야자 맛이 아니라 의외로 곶감과 흡사한 맛이 난다. 물론 품종이 수백 가지가 되다 보니 개중에는 대추와 맛이 비슷한 품종도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게 bumaan. 대신 곶감 특유의 떫은 맛은 없고 껍질이 끈적거리며 한 백배는 농축한 듯 더 많이 달다. '곶감의 과육과 대추의 껍데기와 향을 동시에 지녔다'고 하면 비슷하다. 더 달고 더 질기지만 당도나 식감은 팥앙금 내지 팥양갱 같기도 하다. 본래 사각거리는 과육을 지녀서 겉이 꼬들한 느낌의 곶감보다는 조금 부스러지는 껍질에 굉장히 달고 조금 거친 식감의 앙금이 들어간 느낌이라 곶감을 생각하고 먹으면 기대한 맛은 아닐지도.

너무 달아서 한국인들은 두 알 정도만 먹어도 물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잘 먹는 사람은 몇 알씩 먹기도 한다. 또 보통은 먹고 나서 입을 가실 물이나 음료를 찾게 된다. 마른 과일이지만 새콤하거나 상쾌한 맛은 없기 때문에 입안이 뻑뻑해진다. 너무 익은 열매는 당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는 하지만 너무 질겨서 먹기 어려울 정도이다. 게다가 이렇게 너무 익은 대추야자가 마르면 정말 돌처럼 단단해진다. 아랍인들은 이것을 주식으로 먹는데 빵과 같이 먹기도 한다. 소식하기로 유명한 로마 제국의 아우구스투스도 격무 와중에 대추야자를 조금씩 먹었다고 전해진다. 또 설탕절임 수준으로 달아서 말리면 저장성과 휴대성이 놀라울 정도라 여행자들이나 선원들, 전쟁터로 나서는 군인들은 필수적으로 비상식량이나 전투식량으로 먹어 왔고 이것만 취급하는 시장도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 기준으로 롯데마트에서 이집트산, 이마트에서 이스라엘산 대추야자를 수입해 파므로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지점의 수입 과일 구역에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이란산, 미국산, 아랍에미리트산을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대추야자를 취급하는 곳을 볼 수 있는데 가격대는 대부분 오프라인보다 싼 편이다(배송비 제외). 온라인에서 배송비까지 합쳐 1kg에 1만 원, 싸게 잡으면 7천 원 정도까지 구입이 가능한데 구입하면 실컷 먹을 수 있다. 칼로리가 높고 크기가 작으며 그대로 먹을 수 있기에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하는 동호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편. 편의점 등에서 소량으로 말린 것을 몇 천원대에 팔기도 한다.

2011년 AFC 아시안컵을 대비하고자 아랍에미리트에 훈련장을 연 한국 국대 축구팀 및 코치진과 취재하고자 찾아간 기자들은 대추야자를 흔하게 먹음을 신기하게 여겨서인지 기자들이 '현지에서 대추야자를 실컷 먹는다'고 썼을 정도다. 이건 모두 공짜이며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한가득 실컷 준다고 한다. 그런 만큼 호텔 및 축구시설 직원들도 '간식으로 빵과 말린 대추야자를 같이 자주 먹는다'고 쓸 정도로 흔하다.

나무가 길거리 가로수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걸 마음껏 따먹어도 된다. 빠니보틀도 이집트 여행 도중에 가로수에서 이 대추야자 몇 알을 따서 그 자리에서 먹어보고 사 먹어본 그 맛이라고 했다. 길거리를 지나던 이집트인들에게 권해보았지만 다들 웃으면서 괜찮다고 할 정도로 그들도 질리게 먹어 본 듯.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들은 대추야자를 주식으로 먹는다. 잘 말리기만 하면 몇 달을 가지고 다녀도 상할 걱정이 없으며, 별다른 조리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구하기 힘든 사막에서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바짝 마른 대추야자는 물 없이 넘기기 힘들기 때문에, 주로 갓 데운 양젖과 함께 먹는다.

이슬람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나무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와 무함마드를 따르는 전사들은 헤지라 이후 메카인들에게 추격받을 때 하루에 대추야자 다섯 알만으로 연명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대추야자가 잘 팔리지만 특히 라마단 기간 중에 잘 팔리고 금식 시간이 끝난 후에 자주 먹는다. 금식 시간이 끝났을 때 어떤 음식을 먹을지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순나에서 라마단에 대추야자를 먹기를 권하는 내용이 있기도 하고, 무함마드와 신도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먹어왔던 음식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달면서도 영양가가 있는 음식인지라 금식을 끝내고 나서 먹기에는 좋은 음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영양이 있다 하더라도 과식하면 당연히 비만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라마단철이 되면 대추야자를 먹는 건 영양보충에 좋지만 과식하면 살찌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기사나 소개가 올라오고는 한다.

또 이 대추야자로 담근 술은 무함마드도 생전에 마셨다는 전승이 있어서, 술이 하람인 무슬림들 중에도 이 대추야자주만 마시는 종파가 있다. 무함마드 시대의 술이라 함은 포도주를 의미하는 것이니 흔한 대추야자주는 마셔도 된다는 해석이었다고 한다.




영양과 효능

비타민과 칼슘,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기력 회복 및 원기 회복, 스테미너 보충용으로 활용된다. 또 마그네슘이 풍부하고 항산화 물질인 커세틴(퀘르세틴)도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염증성 피부 및 아토피 피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변비에 좋다. 칼라스(Khalas) 품종 100g 기준으로 열량은 325kcal이고, 당분 66.4g(1일 권장량 74%), 식이섬유 6.8g(24%), 칼륨 555.3mg(28%), 마그네슘 69.7mg(22%)이 함유되어 있다.

당도가 매우 높으며, 너무 달아서 당절임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수분을 말린 대추야자는 70% 이상이 과당과 포도당 등 당분과 칼륨으로 구성된 고열량 식품으로, 100g에 약 300~350kcal의 열량을 갖고 있다. 같은 양의 설탕이 385kcal인 것과 비교하면 당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당도는 무려 65brix로, 수박이 10brix, 사과가 13brix 안팎이고 파인애플도 17brix, 포도도 18brix 수준이다. 설탕을 추출하는 데 쓰이는 사탕무도 25brix 내외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설탕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 찌는 지름길로 직행할 수밖에 없으며,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 통계에서 서구권 국가들보다 상위에 이슬람 국가들이 위치하는 것은 라마단 기간이 끝날 때 대추야자를 비롯한 단 음식을 폭식하는 특유의 식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장투석 환자는 많이 먹었다간 큰일난다. 당장 죽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높은 칼륨 함유량 때문. 칼륨과 칼슘, 인은 서로 보합관계라 많이 섭취했다간 뼈가 약해지며 신장이 칼륨을 잘 못 걸러내기 때문에 심장질환 문제도 생긴다. 이건 대추야자만의 특징은 아니고 바나나 등 고칼륨 과채류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다.





기타

말린 과일에서 벌레가 간혹 발견되는 모양이다. 이것은 한국에 수입된 말린 열매에도 발견되는 듯하다. 말린 무화과처럼 아예 당절임 형식이 아닌 그냥 과일 그대로를 말려 만드는 형식이라 그렇다. 확실히 보관성은 굉장히 좋아서 별다른 처치 없이 비닐봉지 같은 데 대충 넣어서 상온에 1년 넘게 그냥 놔도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할와, 피스마니예, 로쿰 같은 이슬람권의 당과류가 그토록 달디단 이유가 바로 대추야자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추야자가 워낙 싸고 흔한데다 달기까지 하니, 과자를 만들어 팔려면 최소한 대추야자보다는 훨씬 달아야 한다는 뜻.

씨앗을 발아시키기 굉장히 쉬워서 한국에서도 말린 대추야자를 주문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발아법을 따라하면 쉽게 싹을 틔울 수 있다. 본래 15m 이상 자라는 큰 나무이지만 한국은 대추야자가 자라기엔 광량도 적고 춥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면 아주 천천히 자란다. 씨앗의 생명력이 굉장히 강인해서 2천 년 전에 멸종한 고대 대추야자의 씨앗을 유적지에서 발굴하여 발아에 성공하기도 했다.

코코넛과 기름야자처럼 기름을 짜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

간혹 이름을 헷갈려서 거꾸로 "야자대추"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으나 엄밀히 따지자면 '야자를 닮은 대추'라기보다는 '대추를 닮은 야자'에 더 가까우므로 원래 이름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경우로 삿갓조개와 조개삿갓이 전혀 다른 동물인 사례가 있다.

가끔 대추라고 설명뎐 경우도 있으나 대추와는 과 단위에서 다른 식물이다.

맨시티 등 다수 클럽의 구단주이자 세계구급 부자인 만수르가 좋아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품종 중에 무얼 좋아하는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가 후원하여 개최하는 대추야자 전시회까지 있을 정도니 확실히 좋아하긴 하는 듯하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로토스 열매의 정체로 가장 유력한 식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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