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평가, 영화속 허구와 실제

영화 서울의 봄


서울의 봄 평가

영화 서울의 봄은 11월 9일 첫 시사회 평가가 공개되었는데, 일관적으로 긍정적인 평이 나왔다. 정식 개봉 이후에도 호평을 이어 가며, 2023년 한국에 개봉한 영화 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와 함께 가장 높은 관객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각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으며, 주연인 황정민이나 정우성의 연기는 사실 이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다른 극화들과는 달리 실제 인물을 무리하게 따라한다기 보다는 황정민과 정우성하면 생각나는 그런 연기톤에 가깝지만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 해당 인물들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극 전반을 전두광과 이태신이라는 두 인물 간의 대결 구도로 그리고, 이 부분의 밀도를 굉장히 높게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보다 다각도로 조명되는 전두광의 캐릭터성이 좀 더 흥미롭게 연출되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전두광은 성공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으며 언제나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하는 보스 기질, 세치 혀로 좌중을 휘어잡으며 위기의 순간마다 보이는 교활함과 졸렬함까지 다채로우면서도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조명하고 있다. 이태신의 경우 원칙을 중요시하는 FM 스타일에 인정많고 합리적이며 언제나 시스템을 지키는 군인으로써 본분을 다하며, 전시에는 직접 최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군인이자 지휘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두광에 비하면 좀 심심한 면도 있지만 배우의 열연을 통해 관객을 울컥하게 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영화의 편집이나 구성이 신선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예를 들어 이태신 수경사령관과 모상돈 30사단장의 통화 장면에서 두 사람이 수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다가 화면 분할 연출로 그 사이로 통화를 도청하는 문일평이 사악하게 웃는 모습이 끼어든다든가 하나회 측 지휘부의 작전구상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어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던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많은 자막과 CG를 활용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는 감상평들도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런데도 긴장감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한 마디로 영화의 완급조절이 꽤나 뛰어난 편인데 자칫 잘못 만들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 없는 사건 발생과 갈등 상황, 적절한 유머 삽입을 통해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 올린 부분이 있다. 때문에 각 장면에서 가져가야 할 템포의 밸런스를 완벽히 조절하며 끝을 향해 달리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평가이다.

영화 속 소재가 소재다보니 보는 동안 답답한 마음이 들 정도로 몰입이 되어 치가 떨렸고, 전두광의 행적에 분노했다는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현대판 남한산성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현실의 암울한 역사를 그리면서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건조하게 극을 그리고 있으며 등장인물 대다수에 대해 냉소적으로 풍자하면서도, 한발짝 물러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이다. 물론 현실에 대한 비운의 감정이 제작진들에게 없지는 않았던 것인지 관객들의 감정과 울분을 끌어올리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건조한 편이다.

아무래도 12.12 군사반란이 개봉 당시를 기준으로 44년이나 된 꽤나 오래된 과거라서 그런지 당시 인물들을 실시간으로 경험한 세대(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예비지식이 있는 사람)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반응이 갈리는 면도 있다. 가령 작중 등장하는 9사단장의 시그니처 대사를 두고 중장년층은 웃는데 청년층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 왜 웃는지 어리둥절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군사 쿠데타를 다루는 영화임에도 의외로 총격전이 많이 나오지 않고 무전이나 전화기로 협상이나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이 많이 나와 나름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더하여 전술했듯 신군부 측의 쿠데타 모의나 이후 작전 설명 장면에 지도나 그래픽이 삽입되어 이해하기 쉽고 더 몰입이 잘됐다는 호평이 많다.

본 영화는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돌비관(시네마 또는 애트모스)에서 보는 것이 일반관보다 음향 효과가 2배 느낌이라 일반관에서도 몰입감이 굉장한 영화인데 돌비에서 보면 그 몰입감이 한층 더해진다며 일반관, 돌비 양측 모두를 관람한 이들이 증언하고 있어서 이왕 볼 거라면 돌비 버전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IMAX의 경우에도 평가가 나쁘진 않은데 확실한 시너지가 발생하지는 않아서 돌비 애트모스 쪽의 평가가 조금 더 높다.




서울의 봄 실제와 허구

대표적인 허구로는 마지막 씬이 있는데 실제 장태완 장군은 부관들의 만류로 전두환 체포를 포기하고 사령관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반란군들에게 체포됐지만 영화의 이태신은 광화문까지 전차를 몰고 행진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태신 사령관이 수경사 야포단에 내린 포격 지시, 국방부 장관의 직위해제 발언, 바리게이트를 넘어간 뒤 발언하는 것도 허구다. 이는 전두환에게 하고 싶었던 마지막 대사를 위한 감독의 연출로 풀이된다. 사실 아무리 정밀타격을 한다고 해도 155mm 야포를 서울 시내에 사격한다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전두광이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으로 18시 반 경 처음으로 정 총장 체포 재가를 받으러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려다 육본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국무총리 공관 경비병력에 의해 체포될 뻔하다 간발의 차이로 문을 들이받고 탈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극적인 연출을 위한 장치다. 김진기 헌병감이 총리공관에 전화해 전두환의 소재를 파악한건 사실이지만 그저 대기하라고만 지시했을뿐 체포 명령은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전두환은 총리 공관을 빠져나가 경복궁으로 돌아갔다. 만약 이때 영화처럼 체포하라고 명령만 내렸어도 12.12 사태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의 경비병력을 제압하는 부대가 수경사 경비단으로 나오나 실제로는 하나회 소속인 청와대 경호실의 병력이 출동하여 무장해체 시킨다.

이태신 수경사령관이 행주대교를 혈혈단신으로 막아 서울로 진격 중인 2공수여단 병력을 돌려보내는 장면 역시 허구이다. 실제로는 1공수여단이 특전사령부와 육군본부의 지시를 무시하지 않고 중도에 회군한 뒤 박희도 여단장이 오면서 다시 출동한다. 다만 혈혈단신으로 병력을 막는 모습은 김진영 수경사 33경비단장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진영은 자신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경사 30경비단으로 진격하는 33경비단 전차중대를 설득해 돌아가게 했다.

이태신이 수경사 30경비단에 전화를 걸어 반란군 지휘부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한영구 1군단장과 배송학 국방부 군수차관보 순으로 전화를 받는데 실제로 장태완 사령관은 유학성 군수차관보와 먼저 통화한 뒤 황영시 1군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장면으로 유명해진 제5공화국에서도 순서가 바뀌어서 나왔다.

상술했지만 주인공 2명, 즉 악역의 전두광과 선역의 이태신에게 서사를 집중시키려 한 나머지 반란군측이나 진압군측이 바보나 겁쟁이처럼 그려진 면이 상당히 많다. 노태우만 해도 전두환이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9사단 출동을 단독 결정하여 2인자 자리를 굳혔는데, 영화에서의 노태건은 너무 수동적인데다 겁이 많은 사람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쿠데타 성공의 1등 공신인 박희도 또한 1공수를 움직이라는 명에 망설임 없이 출동시킨 반면, 도희철은 전두광에게 등 떠밀려 자신의 부대를 움직였다. 또한, 한영구 1군단장 및 배송학 군수차관보 등 선배 장성들도 겁먹은 소시민으로 그려지는데, 현실에서는 장태완 장군이 30경비단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신사협정 전략도 입안하는 등 나름대로 반란에 있어 역할을 맡았다.


반대로 진압군 측에서도 이태신의 선역을 강조하기 위해 육본 및 각 전방부대 및 재경부대 지휘관들이 어리석거나, 겁쟁이거나 고지식하고 순진하게 그려진 측면이 있다.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는 서울에서 총격전이나 화력을 동원한 전투가 벌어지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위기를 틈타 북한이 남침을 감행할까봐 진압군 측이 섣불리 진압을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하였다. 또한 사건 발생 초기엔 한남동 공관에서 총격전이 있었을 뿐 정확히 정 총장이 어떻게 납치됐는지, 그리고 보안사가 어떤 계략을 꾸미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측면을 묘사하였다. 반면 영화에서는 초기부터 보안사가 정 총장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훤하게 내다보고 하나회가 벌인 짓이란 걸 대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럼에도 명백한 군사반란 상황 속에서 육본 지휘관들이 어영부영하거나 순진하게 하나회 측을 믿는 모습이 다소 과장되어 그려졌다.


현재에는 이 사건이 군내 비밀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의 짓이었단 것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당시 시점엔 하나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나아가 하나회라는 조직이 존재하는지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전두환이 패거리를 만들어 친한 사람들과 몰려다니고 권력욕을 드러낸다’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를 감찰하고 파악, 수사할 보안사령부 부터가 전두환의 손 안에 있었다. 정확히 하나회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6월 항쟁과 3당 합당 등 수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고 난 뒤 김영삼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단행된 하나회 숙청을 위한 대규모 군 인사와, 그 과정 속에서의 투서 사건 등을 통해서였다. 전반적으로 극중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풍자하는 면도 약간은 있어서, 바로 직전 사건인 10.26 사태를 다룬 영화들과 비교하면 남산의 부장들보다는 그때 그 사람들스러운 면모도 있다.

이태신의 모델인 장태완 장군은 사태이후 전두환과 하나회에게 수경사령관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지고 불명예 전역까지 당한다. 이 때문에 평생 전두환에게 복수의 칼을 품었을 것 같지만, 불운하게도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사망한 이후생활고 때문인지 후일 전두환이 제안한 한국증권전산 회장직도 수락하고, 직원 학대와 사기 분양 사건으로 유명해진 르메이에르 건설회사에 해당 사건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지만 회장으로 영전되는 등, 마냥 욕하기는 어렵지만 영화상의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말년을 보냈다. 매불쇼에 출연한 전찬일 평론가는 다른 배역들은 다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인 장태완의 이름을 성까지 바꾼 이유는 실제와 영화가 너무 다른 이런 이유 때문에 있는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장태완의 이름을 앞뒤 글자까지 바꾼 건 한민족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과 합친 거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작중 전두광을 잡으러 출동하는 이태신이 광화문 앞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를 지나며 주시하는 장면도 나온다. 반면 정상호 참모총장을 연행하려는 보안사 요원들은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모습만을 보고 지나갔는데, 이는 이들이 군인정신에 맞지 않는 반란을 자행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군인들의 쿠데타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작중 총격전이 여러번 등장하고, 총에 맞고 쓰러지는 병사도 여럿 연출되고 수류탄도 터지는 등의 액션씬도 등장해 사상자가 많았을 것 같지만 의외로 실제로는 양측 모두 비밀리에 움직였고 취한 행동들도 견제와 협박 및 회유 등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 했기에 현장 사망자는 2명(이후 전사 추서), 부상자 다수에(정확한 부상자수 파악제한됨) 그쳤다.

이태신 수경사령관, 공수혁 특전사령관, 김준엽 헌병감이 연희동 요정에 모이는 장면에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원경 수경사 헌병단장 혼자로 나온다. 실제로는 조홍이 이들과 함께 있긴 하지만 전두환을 대신해 우국일 보안사 참모장이 이들을 맞이한다.

반란군이 국방부 청사를 공격할 때 실제로 청사 옥상에 배치된 발칸포가 응전했지만 작중에선 묘사되지 않는다. 사실 포구를 지상으로 내릴만큼 발사각도가 조정되지 않아 당시에도 별 효과는 없었다. 이미 육본 지휘부가 육본의 B-2 벙커를 포기하고 수경사로 옮겨간 후라, 육본과 국방부가 장악되는 과정은 간략하게 스쳐지나가듯 등장한다.

김준엽 헌병감의 모티브인 김진기 헌병감은 육군본부가 아닌 수경사에서 장태완과 함께 무장해체 당한다.

실제로 정해인이 연기한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의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과, 반란군 편에 서 정병주 소장을 체포하는데 앞장 선 박종규 3공수여단 15대대장은 관사 위 아래 집에 살고 부부 동반으로 불과 며칠 전 식사를 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 그래서 제5공화국 등지에서는 정병주 소장이 체포된 뒤 박종규 중령이 김오랑 소령에게 달려가 절규하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허나 본 영화에서는 사령관 체포 직전에 '옆집 살아 친하다'는 언급이 있긴 하지만 전두환과 하나회의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냉혹하고 인간성 없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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