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소신공양' 칠장사 화재와 불교계의 충격: 정치 승려의 비극적 종지부

자승


자승은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전 승가학원 이사장이자 은정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의 총재이자 고문, 봉은사의 회주이기도 했다.

1972년 18세의 나이에 해인사에서 지관(智冠)을 계사(戒師)로 사미계를 받았고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다만 출가 연도를 1969년으로 소개한 언론도 있다.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影潭)에 따르면 이는 “종회의원 초선 때 부족한 법랍(法臘)을 채우려 앞당겨 적은 것으로 훗날 문서 견책(경고)을 받고 바로잡았는데도 이 사실을 모르는 기자들이 오기(誤記)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승의 첫 번째 스승은 제9대 총무원장을 지낸 경산(前 적조사 주지), 두 번째 스승은 제30대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正大·前 용주사 주지)다.

불가에서는 은사를 바꾸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자승은 경산이 일찍 사망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2006년부터 2년 동안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10월 22일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후 2013년에 재선되어 2017년에 2선 임기를 마쳤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총재

2021년 4월 29일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가 되어 사실상 동국대학교의 실권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건학위원회가 무엇이길래 학내의 실권을 잡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동국대학교의 규정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학위원회는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신설한 기관으로,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산하 모든 각급 학교(유치원 포함)와 병원에 설치해 각 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법인 이사장이 건학위원회의 당연직 부총재로 임명되는 것이 규정에 있다. 법인 이사장이 건학이념을 실현시키는 학내 기관장의 부하직원으로 규정된 것이다. 동국대학교 홈페이지 학교 안내 탭에도 건학위원회 탭이 따로 있으며 자승의 큼지막한 사진과 인삿말을 넣어 두었다.

따라서 조계종의 가장 큰 두개의 권력을 모두 손에 넣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임기를 마친 후에도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이사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상월결사

2번째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후에는 위례신도시에 가건물로 선원을 짓고 동안거를 했다.

이후 한국 불교가 침체기를 맞은 원인으로 전법 부족을 지적하고 2022년에 상월결사를 만든 뒤 2023년 3월에 인도 순례를 다녀오면서 불자들에게 새 인삿말로 '부처님 법 전합시다'를 제안하면서 전법을 강조했다.

2023년 11월 27일, 불교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10년간 대학생 전법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그의 생전 마지막 공식활동이 될 지 아무도 몰랐다.
2023년 11월 29일 18시 43분 그가 머물던 경기도 안성시의 칠장사에 있는 요사채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화재 진압 중 19시 52분경 요사채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향년 69세, 법랍 51세로 사망했다. 사망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2장의 메모가 발견되었다. 이는 각각 칠장사의 주지와 경찰들 앞으로 쓰인 것이었다.경찰은 필적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하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DNA 감식 및 부검과 별개로 대한불교조계종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면서 스스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칠장사에서 제공한 CCTV에 따르면, 29일 15시 11분경 자승은 본인 소유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도착한 후 16시 24분경 흰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몇 차례 출입하다 18시 35분경 마지막으로 자승의 모습이 확인되었고, 18시 43분부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칠장사에 온 것도, 당일 선약이 있었지만 이를 다 취소하고 온 것이라고 한다. 다만 칠장사 측에 따르면 자승이 사찰 인근에 있는 아미타불교요양병원 명예이사장을 겸하고 있어 칠장사를 자주 찾아왔기 때문에 별다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계사를 비롯하여 전국 주요 본사에 빈소가 설치되었으며, 12월 3일 오전 10시에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치룬 후 용주사에서 다비식을 거행한다.

자승의 사망으로 인해, 연말 불교 행사 역시 연기되거나 소규모로 치를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12월 6일 예정된 전국불교합창대회가 다음 해 3월 27일로 연기되었다.





비판

지나치게 정치에 밀접히 개입하는 '정치 승려'라는 비판을 조계종 내외에서 자주 들었다. 이명박, 윤석열 등을 지지하는 것 자체는 그럴 수 있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원 활동까지 자처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대한불교조계종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는데 그 중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조계종 노조원들이 이를 비판했으나 해당 노조원들을 자승의 제자들이 폭행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논란이 격화되었다. 조계종 혁신파에서는 자승을 조계종의 흑막으로 표현하면서 비판했다.

총무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조계종의 상왕으로 불리면서 행보가 비판받았다. 심지어 머리를 깎지 않고 장발을 해 조계종 승려들에게 고발당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의 총무원장까지 지낸 승려가 사찰에 방화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망 과정마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칠장사는 궁예가 유년시절을 있었던 곳이고, 신라시대인 636년부터 전해 내려온 유서깊은 사찰로서, 사찰 자체가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으며 경내에는 국보 1점(오불회 괴불탱), 보물 3점(혜소국사비, 삼불휘 괴불탱, 대웅전)이 각각 지정되었다. 비록 화재가 난 요사채는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아니었으나, 건조한 가을에 산 속에 자리잡은 사찰에서 발생한 화재였기에 자칫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도 있었다. 승려가 유서 깊은 사찰에 방화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내장사 방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