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당근칼 인터뷰' 왜곡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당근칼 왜곡자막 사건
2023년 11월 21일 MBC 뉴스데스크의 이선영 기자가 당근칼에 대한 교육 현장의 반응을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 남자 초등학생의 인터뷰에 왜곡된 자막을 붙여 송출한 사건이다.



전개
사건 전부터 일부 언론은 최근 국내 아동 사이에서 유행 중인 당근칼이 폭력적 행동을 조장한다는 기사를 내보내 왔다. 2023년 11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또한 아이들이 당근칼을 갖고 노는 것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당일 이선영 기자는 "당근칼에 빠진 초등학생들‥장난감 칼에 부상 늘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당근칼을 갖고 노는 남자 초등학생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왜곡시킨 자막
남자 초등학생: 이렇게 해 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 여자애들 패요.

실제 음성
남자 초등학생 A: 이렇게 해 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
남자 초등학생 B: 여자애들도 해요.

인터뷰에서 기자가 당근칼로 노는 방법을 물어보자 한 남학생은 "이렇게 해 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라고 답했고, 이어 다른 남학생이 "여자애들도 해요"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후 MBC가 인터뷰 내용을 편집하고 자막을 입히는 과정에서 해당 초등학생이 "여자애들 패요"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해, 마치 당근칼로 다른 여자 초등학생들을 겨냥해 폭행을 가하는 것처럼 내보냈다는 것이다. 영상뿐 아니라 같은 보도를 텍스트로 다룬 기사에서도 인터뷰 내용을 옮기면서 "여자애들 패요"라고 적시했다.




심지어 해당 보도는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 직후 다른 여자 초등학생들에게 "당근칼에 공격당해 봤냐"고 묻는 별개의 인터뷰 영상의 클립을 짜집기하였다. 이선영 기자가 "(당근칼로) 맞아본 적 있어요?"라고 묻자 여자 초등학생들은 "아 네, 아파요. 겁나 아파요"라고 답했다.

시청자를 오도하는 이러한 취재 행태로 시청자들은 "남자 초등학생이 당근칼로 여자 초등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입력된 이런 인식은 즉각 가시화됐다. 보도 직후 해당 남자 초등학생을 향해 극도의 비난이 몰아쳤다.

하지만 남자 초등학생에 대한 비난이 크게 불거진 이후, MBC 보도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원본 영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이건 왜곡된 자막이다"라는 여론이 일었다.

인터뷰 영상에서 초등학생의 음성은 변조가 되어있어 한번에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려웠다. 자막을 보면서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더욱이 자막에 써진 대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다만 음성을 다시 유심히 들어보면 '여자애들도 해요'라는 음성이 명확히 들린다. 느린 재생으로 들으면 한번에 알 수 있으며, 그냥 원본 음성 자체도 몇 번만 들어봐도 명확히 분간할 수 있다.




MBC
논란이 확산되자 MBC는 보도 다음날인 22일 오전 별다른 공고나 언급 없이 조용히 뉴스데스크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고 기사를 삭제했다. 남아있는 MBC의 당근칼 관련 뉴스는 해당 자막이 들어간 부분을 제거한 MBC 뉴스투데이의 영상 및 기사다.

MBC가 정정보도도 아니고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해당 부분만 잘라버렸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비판은 계속됐다. 같은 날 오전부터 다른 주요 언론사에서도 자막 왜곡을 기사화했다.

결국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2023년 11월 22일, MBC는 2시 뉴스외전 말미에서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본사는 어제 뉴스데스크에서 '파인애플 껍질도 뚫어, 당근칼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당근칼의 위험성에 대해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검토한 결과 보도에 포함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 가운데 "여자애들도 해요"라는 부분의 자막을 "여자애들 패요"로 잘못 방송됐습니다.
이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인터뷰에 응해준 초등학생과 부모님께도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앞으로 뉴스 보도에 있어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날인 11월 22일, MBC 측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 멘트에서 재차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취재 당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기 때문에 담임 교사 입회 하에 인터뷰를 했으나, 틀린 내용을 검토하지 못 한 부분에 대해서 시청자 및 해당 학생과 학생의 부모에게 사과하며 앞으로 취재에 있어 신중하겠다는 내용이다. 굳이 오프닝에서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고 클로징을 통해 사과문을 낸 건 해당 방영분 뉴스 시작 시점에 '뉴스데스크의 2022년 12월 19일 방송분이 방심위의 주의 조치를 받았음'을 고지했기 때문에 해당 주의 조치 알림과 당근칼 인터뷰 관련 사과가 겹치는 혼란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어제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당근칼 주의보' 기사 중 인터뷰 자막에 오류가 있어 바로 잡습니다.
한 초등학생의 인터뷰 중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이 방송됐는데 재검토 결과 "여자애들도 해요"가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당근칼을 이용한 폭행까지 이뤄진다는 심각성에 집중한 상황에서 발음을 오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초등학생들의 인터뷰인 만큼 교사가 취재 과정을 지켜봤고, 인터뷰의 사용 여부도 당사자와 교사의 허가를 거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지 못한 자막을 내보낸 점 인터뷰에 응해준 초등학생과 부모님,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보다 신중한 자세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수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정치권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신줄 놓은 MBC, 이런 게 바로 이념방송'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왜곡 보도를 지적했다. 허 의원은 "아동을 선정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무감각해져있다는 반증" 이라고 비판했다. 또 "3년 전 윤지선씨의 '보이루' 논문을 파고들었을 때와 유사하다. 남성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한남 유충'이라는 참담한 말로까지 도약시켜 성별 갈등이 폭발했던 수많은 사례를 겪고도 우리 언론사들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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