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vs 피해망상? 이수정 교수의 시각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갈등

이수정 교수


이수정은 조선일보 에버그린콘텐츠부장 박은주와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 한국의 페미니즘이 피해망상 페미니즘으로 변질되었다면서 페미니즘과 함께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세력(페미니즘 학계)과 정치권 등을 비판했다. 이수정은 이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대선 후보 때 한 '(남녀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다'는 발언도 옹호하는 등 여전히 윤석열 지지 태도를 보였다.


이수정은 2016년 5월17일 서울 신논현역 근처 노래방 화장실에서 조현병을 앓던 김성민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여성혐오범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수정은 이 사건은 신념을 갖고 여성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여성혐오 범죄와는 범죄학에서 완전히 다르며, 정신질환에 의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은주의 “여성혐오 현상이 우리 사회에 없었다면 그런 망상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은주는 강남 살인사건에 대해 범죄학자 대부분이 여성혐오 사건이 아니라고 한 반면에 사회학자 여성학자 중 ‘여혐 범죄’라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고 하면서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박은주는 '당시 여대에 재직 중인 여성 교수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도 (자신이 속한 여대) 학생들이 실망하니 자기 의견을 기사에 쓰지 말라고 했다'면서 '학자가 이래도 되냐'고 비판했다.

이수정은 성범죄라는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그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성에 대한 범죄를 성범죄라 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연대'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라는 주장은 남자들이 아닌 온라인의 젊은 여성들의 피해의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수정은 이를 여성이 당하는 핍박의 증거로 성범죄를 지목하는 전략이 먹힌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자 박은주가 (여성 피해자가 발생한) 범죄를 여혐 범죄가 아니라고 하면, 여성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하자, 이수정은 여성이 피해를 입으면 ‘여혐 범죄’라고 하는 것은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대상화하는 것이기에 위험한 일이며, 이는 여성이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낙인 찍는 반여성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수정은 (여성계의) '100% 안전하지 않으면 안전한 게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래 페미니즘은 여성의 열악한 사회적 지위를 신장시키는 운동이라 범죄와의 연관성이 적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이 피해자학이 되어 피해망상 페미니즘으로 변질되어 실제 통계를 무시하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확대 재생산한다고 분석했다.

또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질문에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남녀가 반반이나, 성범죄는 강간 같은 물리적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까지 더해서 피해자 90%가 여성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여성만 피해자’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그 이유로 군대에서도 성범죄가 일어나고, 자살하는 군인도 꽤 있으며, 성범죄 피해는 남녀를 가리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렇기에 성범죄는 차별 타파가 아닌 개별적 피해 회복으로 해결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수정은 페미니스트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이 장관 등에 여성할당제를 실현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 ‘반발(백래시)’이 일어났다고 봤다. 이는 청년층과 상관 없이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를 정치가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젊은 세대 사이 싸움을 조장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치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범죄 검거율이 90%며, 살인범죄율은 낮고, 경찰도 우리 주위에 많이 보이는 흔치 않은 나라라고 했다. 그러므로 특정 성별(여성)과 연령대에서 (범죄 피해) 공포가 너무나 과장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런 공포에 사로잡힌 세대에 맞는 교육 및 대책을 제안하는 것 대신 여혐, 남혐에 편승해서 세대끼리 싸우게 한 것이라고 했다.

'(남녀간) 구조적 차별이 없다'는 윤석열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에 대해서는 '남녀간 명문화된 차별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페미니즘 등장 시기는 남성은 지배계층, 가부장,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지배계층, 전업주부, 피해자라는 인식인 사회주의 이론이 근간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남녀의) 구조적 차별 주장은 이런 (사회주의적) 시각을 가졌다고 봤다.

박은주의 '(남녀 갈등에) 국제적 자료가 많이 인용된다'는 물음에 이수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1)’는 경제 활동과 연관된 지표가 많이 포함되어 한국의 남녀간 임금 격차가 크다고 봐서 156개국 중 102위라고 했다. 이는 출산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이유가 가장 크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UNDP(유엔개발계획)의 ‘성 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2020)’는 교육받을 권리, 참정권 등 사회제도적으로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가를 보는 지표로 한국이 189개국 중에 11위라고 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만 봐도 남성이 76%, 여성이 80%이며, 결국 다양한 지표가 있는데도 한국 여성에게 가장 불리한 지표만을 들고와 갈등에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가 알려지면서 여초 커뮤니티나 비롯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이수정에 대한 반발과 비난이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수정의 발언을 지지하고 있다.

이수정이 한국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맥락은 한국 페미니즘이 강하게 띠고 있는 희생자주의 페미니즘(Victim Feminism)에 대한 문제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범죄 공포가 과학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생기는 사회적 문제점 역시 범죄학자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있다.  관동 대학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과장된 공포는 본인들에게만 손해가 아니라, 타자에게 혐오와 차별을 다시 생산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이 교수는 원래도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지 한국의 주류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있는 성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수정이 페미니스트를 자칭하며 활동을 한 적은 없다. 범죄학자로서 여성 범죄에 대한 운동에 참여했을 뿐. 이미 이수정은 강남역 살인사건 때 페미니스트들이나 다수의 여성들과 완전히 대비되는 학자적 소신을 명확히 밝힌 일도 있고 말이다. 물론 그때는 페미니스트들이나 여초 커뮤니티에서 이수정의 발언에 대해서는 대충 묻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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